팔리어(पाळि)는 인도아리아어군의 프라크리트어에 속하는 언어이다. 팔리어는 성전어(聖典語)라는 뜻이다.
불교의 창시자인 붓다의 설법이 팔리어로 구전되다가 기록되어서, 불교 연구에 매우 중요한 언어일뿐만 아니라, 상좌부 불교에서는 현재에도 실제 종교 활동에 사용하는 주된 언어이다.
팔리어는 고유 문자가 없기 때문에 시대와 지역에 따라 각기 다른 문자로 기록되었다. 상좌부 불교 전파에 따라 싱할라어, 태국어, 라오어, 버마어, 크메르어 등으로 기록되었으며, 근대에는 서구에서 로마자로 표기하였다. 이중 가장 오래된 싱할라어 사본들을 우선시하며, 학술연구에는 로마자 표기를 많이 사용한다.
기본적으로 사어화된 언어이지만, 불교 승려들 사이에서 종교적으로 사용되며, 현대 문명에서 만들어진 신조어도 번역되고 있다.
역사
이름의 유래
팔리는 성전(聖典)이라는 의미로, 팔리어 불경 주석서(Aṭṭhakathā)에 팔리 삼장(Tipiṭaka) 즉 원전을 의미하는 단어로 처음 등장한다. 삼장에는 팔리라는 말이 없으므로, 주석서가 쓰인 5~6세기경에 처음 쓰인 말로 추측한다.[1]
팔리가 언어를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된 것은 18세기말에 쓰여진 쭐라방사(Culla-vaṃsa 또는 Cūḷa-vaṃsa, 小史)의 코테 왕국(스리자야와르데네푸라코테 왕국) 빠락까마바후(Parakkamabāhu, 싱할라어: Parâkramabâhu) 4세(1410?~1467) 기사에서 처음 등장한다. 태국 등지에 상좌부 불교가 전파된 12~13세기 경부터 언어를 의미하는 말로 쓰인 것으로 추측한다.[2]
이전 불교 문헌에서는 마가다어(Magadhi, Māgadha-nirutti, Māgadhika-bhāsā) 또는 근본어(Mūla-bhāsā, 根本語) 등으로 언급되었다.[3][4][5] 그런데 이후 프라크리트 문학에 마가다어가 사용되므로, 마가다어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다.[6]
기원
팔리어의 기원은 정확히 밝혀져있지 않다. 마가다어설, 공용어설, 코살라어설, 아르다마가다어설, 칼링가어설, 마가다어와 피사챠어 혼합설, 피사챠어설, 웃제니어설, 인도 서부의 다른 언어라는 설 등이 있다.[7] 실제로 사용되지 않았던 언어로 보는 관점도 있다.[8]
가장 전통적인 해석은 마가다국의 마가다어였다는 설이다. 그런데 팔리어는 프라크리트 문학의 마가다어와 공통적인 언어 특성도 있지만 또 다른 점도 많다.[9]
팔리어가 현재까지 사용되고 프라크리트어 중에서도 풍부한 자료가 남은 것은 불교 경전이 팔리어로 기록되어있기 때문이다.
붓다가 팔리어로 설법을 한 것이 그대로 남은 것으로 간주하지만, 기원전 3세기경 현재의 스리랑카에 불교가 전해져 싱할라어로 기록하기 이전에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다. 그래서 팔리어의 기원에 대한 여러 가지 설들이 나왔으며, 마찬가지로 붓다가 어떤 말로 설법을 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팔리어 어휘의 상당수가 베다 산스크리트어에서 변형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전통적인 관점이고, 베다 산스크리트어와 공통 조어(祖語)에서 유래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반대로 변화가 없는 어휘의 경우 팔리어쪽의 조어가 산스크리트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측할 수도 있다.
이러한 베다 산스크리트어와의 유사성 때문에, 팔리어가 고전 산스크리트어보다 이른 시기에 성립된 것으로 보며, 프라크리트어 중에서도 고층(古層)에 속하는 것으로 분류한다.[11]
전통적으로 팔리어 학습은 산스크리트어 학습과 분리되어 있었지만, 현대의 학습자나 연구자들은 산스크리트어와의 관련지어서 학습하고 의미를 추론하는 경우가 많다.
불교 산스크리트어
팔리어는 고유의 문자가 없기 때문에, 산스크리트어의 문자로도 기록되었다. 특히 후대에 팔리어 불교 경전이 산스크리트어로 번역되면서 같은 어휘가 매우 많아졌다. 그래서 불교 용어에서는 팔리어와 산스크리트어가 혼용되기도 한다.
지역적 특성상 팔리어의 산스크리트어 표기는 매우 빈번하게 이루어졌으며, 두 언어의 음가는 거의 일대일 대응하는 것으로 취급된다. 현재에도 팔리어 표기에 산스크리트어 문자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으며, 한역(漢譯) 불경은 산스크리트어판을 저본으로 한 것이 많아 산스크리트어와 팔리어를 함께 연구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