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3년 수필가 첫 등단을 한 그는 7년 후 1950년 서울신문에 단편 〈무명로〉가 당선되어 문단에 등장한 후 손창섭과 장용학 등과 함께 1950년대 문단을 주도했다. 영국 역사, 그리스 신화 등 동서고금의 사회상을 무대로 삼아 종래의 서정적, 토속적인 소재공간을 벗어났으며 특유의 지적이고 간단명료한 소설 기법을 선보여 한국 소설의 체질적 현대화에 기여했다. 1960년대 이후 한국 역사의 소설화에 몰입하여 삼국시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인물과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을 연이어 발표했다. 철저한 역사적 고증 작업을 거친 간결한 문체의 작품들은 한국 역사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다.
작품
단편집 《암야행(暗夜行)》(1951), 〈오분간(五分間)〉, 장편 《이성계》 3부작이 있다.
〈오분간(五分間)〉
1955년 〈사상계〉에 발표되었다. 신(神)과 프로메테우스와의 대립을 통하여 현대인과 신의 문제를 상징화시킨 작품으로, 프로메테우스가 2천년 만에 코카서스에서 스스로 신으로부터 자유를 전취(戰取)하는 장면에서 시작하여, 신과의 회담에서 신에 대항하여 신의 자리를 차지해 보려는 그의 거만을 그린 후, 결국 신은 신대로 프로메테우스는 프로메테우스대로 아무런 해결도 보지 못한 채 헤어진다는 장면으로 끝맺고 있다. 작자는 이 5분간에 일어났던 인간세계의 무질서와 혼란을 통해 현대인의 신앙 상실과 그 거부로부터 온 혼돈과 혼란을 그리고 있으며, 그 비극을 구할 자는 신도 인간도 아닌 제3의 존재라고 하면서 그의 출현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