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노머(영어: anomer)는 단당류가 헤미아세탈 또는 헤미케탈을 생성하는 고리화 반응에서 한 탄소에 붙은 수소 원자와 하이드록시기의 위치가 바뀐 부분입체 이성질체가 생기는 현상으로 에피머의 한 유형이다. 에피머는 임의의 단일 입체 중심에서의 입체배치가 다른 입체 이성질체인데, 아노머는 특히 아노머 탄소(영어: anomeric carbon)라고도 불리는 헤미아세탈/아세탈 탄소에서 입체배치가 다른 고리형 단당류이다.[1] 아노머 탄소는 탄수화물 분자의 사슬형에서 카보닐 탄소(케톤 또는 알데하이드 작용기)이다. 아노머화는 특정 아노머를 다른 아노머로 전환하는 과정을 말한다.
명명법
아노머 중심과 아노머 기준 원자 사이의 입체배치 관계에 따라 α-아노머 또는 β-아노머로 정해지고, 이들은 부분입체 이성질체이다.[2] 헤미아세탈에서 아노머 중심은 아노머 탄소인 1번 탄소(C-1)이다. 헤미케탈에서는 케톤의 카보닐 탄소(예: D-프럭토스의 2번 탄소)이다. 알도헥소스에서 아노머 기준 원자는 고리의 아노머 탄소(당을 D-형 또는 L-형으로 정의하는 입체배치에 관련된 원자)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입체 중심이다. α-D-글루코피라노스에서 아노머 기준 원자는 5번 탄소(C-5)이다.
고리형 피셔 투영식[3]에서 아노머 중심의 고리 바깥쪽 산소 원자가 아노머 기준 원자(하이드록시기에서)에 붙어 있는 고리 바깥쪽 산소 원자에 대해 시스형(같은 쪽에 있음)이면, α-아노머이다. 두 개의 산소가 트랜스형(서로 다른 쪽에 있음)이면, β-아노머이다.[4]
아노머화
아노머화는 아노머를 다른 아노머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환원당에서 아노머화는 변광회전으로 불리며 수용액에서 잘 일어나고 산과 염기에 의해 촉매된다. 이러한 가역적인 과정은 보통 아노머 혼합물로 이어지며 결국에는 α-아노머와 β-아노머 사이의 평형에 도달하게 된다. α-아노머와 β-아노머의 비율은 당의 종류에 따라 특이적이다. 예를 들어 D-글루코스의 처음 입체배치에 관계 없이, 수용액은 약 64%의 β-D-글루코피라노스와 36%의 α-D-글루코피라노스의 혼합물이 되도록 점차적으로 평형에 도달한다. 비율이 변함에 따라 혼합물의 광학 활성이 바뀌는데 이러한 현상을 변광회전이라고 한다.
아노머화의 메커니즘
당의 고리형이 일반적으로 많이 선호되지만, 수용액에서 헤미아세탈은 사슬형과 평형을 이룬다. 알도헥소스에서 이러한 평형은 1번 탄소(C-1)와 5번 탄소(C-5)의 산소 원자 사이에 헤미아세탈 결합을 만들고, 분해되고(사슬형을 형성함), 다시 만든다(고리형을 형성함). 헤미아세탈이 재형성될 때 5번 탄소(C-5)의 하이드록시기는 1번 탄소(C-1)의 알데하이드의 입체화학적으로 구별되는 2개의 면 중 하나를 공격할 수 있다. 어느 쪽을 공격하느냐에 따라 α-아노머 또는 β-아노머가 형성된다.
글리코사이드의 아노머화는 일반적으로 산성 조건하에서 일어난다. 전형적으로 아노머화는 고리 외부의 아세탈 산소의 양성자화, 알코올의 방출에 의한 옥소카르베늄 이온 형성을 위한 이온화 및 옥소카르베늄 이온의 이면에서의 알코올에 의한 친핵성 공격에 이은 탈양성자화를 통해 일어난다.
물리적 특성 및 안정성
α-아노머와 β-아노머는 구조가 다르므로, 서로 다른 안정화 및 불안정화 요인을 가진다. 특정 아노머의 안정성에 대한 주요 기여 요인은 다음과 같다.
고리의 축방향으로 전자를 끌어당기는 작용기(일반적으로 산소 또는 질소 원자)가 있는 아노머를 안정화시키는 아노머 효과. 이 효과는 물과 같은 극성 용매에서 무효화된다.
1,3-이축방향 상호작용은 고리의 축방향으로 아노머기를 갖는 아노머를 불안정화시킨다. 이 효과는 수용액의 피라노스 및 다른 6원자 고리 화합물에서 두드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