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파이어 포도주병(영어: Speyer Wine Bottle) 또는 뢰머바인(독일어: Römerwein)은 독일슈파이어에 있는 고대 로마 시대의 무덤에서 발견된 포도주병이다. 액체 상태의 포도주를 온전히 담은 채 봉인되어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주병으로 여겨진다.
역사
슈파이어 포도주병은 1867년 라인란트팔츠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 중 하나인 슈파이어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이후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주병"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1][2][A] 이 포도주병의 연대는 서기 325년[1]에서 350년[4]으로 추정되며, 미개봉된 상태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주병이기도 하다.[1][4][5][6] 발견 이후로는 슈파이어의 팔츠 역사박물관의 포도주 역사 전시실에 소장되어 있으며 항상 같은 위치에 전시되고 있다.[7] 실물은 1.5리터 크기의 유리병으로, 암포라식 형태에 돌고래 모양의 손잡이가 달려 있다.[6][B]
이 포도주병은 서기 4세기경에 지어진 고대 로마 귀족의 무덤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출토되었다.[8] 무덤에는 석관이 두 개가 있었는데 한쪽에는 남성의 유골이, 다른 한쪽에는 여성의 유골이 들어 있었다.[1] 한 출처에 따르면 이 남성은 로마의 군단병 신분이며, 포도주병은 남성이 떠날 거룩한 여정을 위해 준비해둔 것이라고 한다.[9] 여성의 석관에는 여섯 개의 유리병이, 남성의 석관에는 열 개의 용기가 담겨 있었는데 그중 하나만 액체를 담고 있었다. 병 속의 세 번째 바닥층에는 순 액체가 남아있고, 그 위에는 송진으로 보이는 혼합물이 쌓여 있다.
와인 보존
유리병 분석 결과에 따르면 병 안에 든 액체는 에탄올 성분은 사라졌다고 하지만 최소한 그 일부는 포도주의 성분과 일치한다.[1] 이 포도주는 해당 지방에서 생산된 것으로 보이며,[5] 허브를 섞어 넣어 희석해 놓았다.[1] 포도주가 병 안에 온전히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은 올리브유층을 병 안에 두껍게 채워 넣고,[1] 그 병을 다시 뜨거운 밀랍으로 막아 포도주를 공기로부터 차단한 덕분이다.[2][4][5]페트로니우스는 《사티리콘》에서 회반죽으로 포도주병을 밀봉한다고 적은 바 있는데, 이 병도 그것과 비슷한 방식을 따랐다. 다만 지금과는 달리 고대 로마 시대에는 포도주병에 유리를 쓰는 경우는 흔치 않았는데, 로마의 유리는 여러 세월에 걸쳐 쓰기엔 너무 잘 깨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탓이다.[6]
과학자들이 병 속의 내용물을 더 분석하기 위해 액체를 빼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긴 하지만, 그 액체가 공기와 노출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로 인해 현재까지도 포도주병은 미개봉된 상태다.[5][7] 박물관 큐레이터인 루드거 테캄페는 지난 25년간 병 속에서 별다른 변화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7]호흐슐 가이센하임 대학교의 포도주학 교수 모니카 크리슈트만은 "미생물학적으로 봤을 때 썩은 것은 아닐 테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각에 만족을 주진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