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 철학은 여성주의 관점을 갖는 철학이다. 여성주의 철학은 철학의 텍스트와 방법론 모두에서 여성주의 운동을 지원하고 기존의 철학을 여성주의의 관점에서 비판하고 재구성한다.[1]
역사
세계의 역사에서 여성은 오랫동안 불평등한 처우를 받아왔고, 가부장제와 종교는 이러한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철학 역시 이러한 틀에서 벗어나지 않아 "남자는 남자의 역할이 있고, 여자는 여자의 역할이 있다"는 주장을 반복하여 왔다.[2] 근대 이전의 철학의 역사 속에서 여성 철학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주해 1] 여타의 다른 학문과 같이 철학도 오랫동안 여성을 학문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았다.[주해 2]
근대에 이르러 사회적 배제와 불평등을 사회구조의 문제로 파악하기 시작하는 사상이 생겨났다. 사회계약론과 같은 계몽주의 사상은 자연권으로서 인권을 주장하였고 이는 〈미국 독립 선언〉과 프랑스 혁명 시기의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 등을 통해 선포되었다. 그러나 18세기 말 인권이 보편적 가치라고 확신한 이들 조차 어린이, 광인, 수형자 또는 외국인들은 무능력하기 때문에 정치 참여가 불가하다고 여겼다.[3] 인권 선언을 주창한 사람들의 이러한 배제 대상자 가운데는 여성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장자크 루소는 《에밀》에서 "성(Sex)을 제외하고는 여성도 남성과 다름없는 인간이지만, 그 성별 차이 때문에 다른 모든 것이 따라온다. 다른 도덕, 다른 교육, 지식과 진리에 이르는 다른 차원, 그리고 남성에게 주어진 것과 다른 사회정치적 기능 등등 …"[4]과 같이 서술하여 여성을 남성보다 열등한 조재로 묘사하였다. 루소는 성분업을 정당화하는 젠더 담론으로 여성에 대한 억압을 정당화하였다.[5] 한편, 루소와 동시대인이었던 메리 울스턴크래프트(Mary Wollstonecraft, 1757년 - 1797년)는 루소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자연권이 내세우는 평등과 인권에 어긋나는 비합리적인 것이라고 비판하였고, 그의 저서 《여성의 권리 옹호》[주해 3] 가운데 많은 부분을 루소의 주장을 반박하는데 할애하였다.[6]
여성주의 철학은 여권 신장 운동과 함께 발전하여 왔다. 제일 먼저 부각된 것은 참정권의 문제로 여성주의 운동가들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참정권 행사에 여성을 배제하는 것에 맞서 오랫동안 투쟁하였다. 프랑스에서 여성의 참정권이 제일 먼저 논의된 것은 1900년 국민회의였고, 1919년 하원을 통과하였으나 상원에 의해 부결되었다. 프랑스에서 여성 참정권이 보장된 것은 1945년이 되어서였다.[7]러시아는 러시아 혁명의 여파로 비교적 이른 시기인 1917년 여성의 투표권을 인정하였다.[8]미국에서는 1919년이 되어서야 백인 여성에 대한 참정권이 주어졌으나[9] "유색인종"을 포함하는 모든 여성에게 참정권이 부여된 것은 1965년이 되어서였다.[10] 영국에서는 1928년이 되어서야 여성에게 남성과 동등한 참정권이 인정되었다.[11]국가가 아닌 조직에서 의사 결정 구조에 여성의 참여를 배제하는 것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한국YMCA가 여성 회원에 대해 총회원의 자격을 주지 않은 것이 위법하다는 판결이 난 것은 2009년의 일이었다.[12]
한편, 20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여성성에 대한 논의는 주로 생물학적 성 구분에 기댄 것이었다. 1949년 출간된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 1908년 - 1986년)의 《제2의 성》[주해 4]은 여성주의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13] 보부아르는 이 책에서 생물학적 성(Sex)과 사회적 성(Gender)[주해 5]을 명확히 구분하고 여성에게 강요되는 성 역할은 생물학적인 것때문이 아니라 사회적인 것이라고 주장하였다.[14] 즉, 여성은 생물학적으로 그렇게 태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남성중심적 사회의 시각을 통해 "남성이 아닌" 타자(他者)로 만들어진 여성성을 내면화 하게 된다는 것이다.[15] 이러한 의미에서 보부아르는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고 하였다.[16]
↑Wollstonecraft, Mary. The Vindications: The Rights of Men and The Rights of Woman. Eds. D. L. Macdonald and Kathleen Scherf. Toronto: Broadview Press, 1997. ISBN1-55111-088-1.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문수현 역, 《여성의 권리 옹호》, 책세상, 2011년, ISBN978-89-7013-794-0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손영미 역, 《여권의 옹호》, 연암서가, 2014년, ISBN978-89-9405-459-9
↑Beauvoir, Simone de (2009) [1949]. The Second Sex. Trans. Constance Borde and Sheila Malovany-Chevallier. Random House: Alfred A. Knopf. ISBN978-0-307-26556-2. 시몬 드 보부아르, 이희영 역, 《제2의 성》, 동서문화사, 2009년, ISBN978-89-4970-538-5
↑Gender는 언어학에서 명사의 성구분을 위해 쓰이던 말이었다. 영어를 제외한 대부분의 유럽 언어에서는 명사를 남성, 여성, 중성 등으로 구분한다.